코로나19에 인신매매 줄었지만…UN "전쟁·기후변화가 관건"

입력 2023-01-24 20:51   수정 2023-02-23 00:02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인신매매 범죄가 감소했지만,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난민, 기후 이주민들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4일(현지시간) '세계 인신매매 보고서(Global report on trafficking in persons)'를 내놓으며 2020년 인신매매 범죄 피해자 수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UNODC는 2017~2020년까지 수집된 141개국 조사 자료와 800건의 법원 판결을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UNODC는 보고서에 "2020년에 처음으로 피해자 수가 감소했다"며 "중남미를 비롯해 남아프리카, 동남아 등 저소득 국가 등에서 큰 폭으로 피해자 수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2020년에 인신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받은 건수도 전년 대비 27% 줄었다. 남아시아(56%), 북중미 및 카리브해(54%), 남미(46%) 등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여성 피해자가 남성 피해자와 비교하면 3배가량 폭력에 노출됐으며, 아동 피해자 수가 성인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성적 착취에 관한 인신매매 범죄 건수도 2020년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년 대비 24% 줄었다. 전체 인신매매 범죄 건수 중 성적 착취가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강제노동(39%)과 맞먹는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범죄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UNODC는 "코로나19로 인해 방역 조치가 시행되며 인신매매 범죄자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축소됐다"며 "다만 인신매매가 이전보다 음지로 숨어들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술집, 클럽 등 유흥업소가 문을 닫으며 범죄 건수가 줄었지만, 범죄를 포착하는 행정 능력에도 제약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경찰 역시 수사의 어려움을 겪으며 인신매매 범죄가 음성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건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변화라는 지적이다. UNODC는 지난 1년 동안 전쟁으로 인해 급증한 난민이 인신매매 범죄자들의 사냥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 뒤 2016년 서유럽에선 우크라이나 출신 인신매매 피해자 수가 4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UNODC에서 인신매매 및 이주민 밀입국 책임자인 일리아드 차티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전쟁과 불안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신매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롯해 인접 국가가 지원해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후 이주민도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기후 재난으로 거주지를 떠난 '기후 이주민'은 2021년 2370만명으로 추산됐다. 사이클론과 태풍 등 재난으로 인해 이주민이 많이 늘어난 방글라데시와 필리핀에선 인신매매 범죄가 되레 증가했다.

파브리치오 사리카 UNODC 리서치 담당자는 "생계를 잇지 못할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인신매매범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십상이다"며 "기후 변화로 문자 그대로 살 수 없는 땅이 늘어나 이주민이 급증해 착취의 위험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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